[포커스] '귤 토큰', 블록체인 SNS의 '핵 인싸'가 되다
[포커스] '귤 토큰', 블록체인 SNS의 '핵 인싸'가 되다
- 미세먼지 싫어 제주 정착 박산솔씨, 토큰으로 '고품질 제주 감귤' 판매
- 선(先)판매로 싸게 팔자 소비자들 "제주 귤 예약 찬스다"…농부들 "버리는 재고 줄어 좋아"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9.04.11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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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썸제주에서 판매하는 극조생귤을 수확하고 있다. [출처=박산솔씨 제공]

한동안 조용했던 블록체인 SNS 스팀잇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귤 토큰(ORG)'이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인 바로 그 '귤'이다.

귤 토큰은 스팀잇에서 '@솔나무(solnamu)'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유저의 작품이다. 한 동안 스팀달러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받고 귤을 판매한 유통업자로 알려진 그는 올해 직접 귤 토큰을 발행해 프리세일을 진행했다. 귤 토큰은 2차 프리세일까지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화제가 됐다.

한동안 토큰 판매 자체가 힘들었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 의미 있는 성과였다. 물론 기업들이 진행하는 ICO나 IEO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재까지 판매한 귤 토큰은 1만1466개 정도다. 환산하면 200만원 정도다. 소위 말하는 '하드캡'은 4만3840달러(4997만원)다.

<데일리토큰>이 최근 만난 박산솔씨는 현재 스팀잇의 '핵인싸'로 떠오르며 '인플루언서' 급 인사가 됐다. 비유하자면 'A급' 파워 블로거 급이다.

박 씨는 5년전 미세먼지로 뒤 덮힌 서울을 떠나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건강 문제와 더불어 매일 밤하늘을 수 놓는 별 빛 아래서 자녀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댔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선 흔히 "제주 살면서 돈 주고 귤 사 먹으면 바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 만큼 제주와 귤이라는 과일은 뗄 수 없는 사이라는 얘기다. 말이 씨가 됐을까. 박 씨도 귤과 자연스럽게 엮였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그는 주변에서 수확한 귤을 다 판매하지 못해 내다 버리는 농부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들을 도와 직접 온라인에서 감귤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스팀잇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귤 유통과 함께 전자책 독립 출판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던 박 씨는 지인으로부터 포스팅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스팀잇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다른 블로그처럼 맛집 탐방 글, 제주 생활기 등을 올렸다. 그러다 지난해 초겨울 스팀과 스팀 달러를 받고 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주 살이와 귤 유통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 중인 박산솔씨. [출처=박산솔씨 제공]

5kg 유기농 귤 한박스에 20스팀 또는 25 스팀

못난이귤, 극조생귤, 천혜향, 한라봉 등 제주의 다양한 귤을 가상통화를 받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매를 원하는 댓글이 110개가 넘게 달리는 등 판매는 순조로웠다. 초기에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판매 대금으로 가상통화를 받은 후 바로 현금화하지 않아 시세가 급락했을 때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박 씨는 매출이 생각밖으로 호조를 보이자 지난 3월 귤 토큰(ORG)을 직접 발행하기로 결심했다.

토큰이 겨울 한 철 수익을 바라보고 1년을 버티는 귤 농가와 업계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줄 수 있고 마케팅 비용도 절약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이처럼 생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블록체인 플랫폼이 주는 토큰 보상 기반 서비스가 하나였고 선 판매 구조를 통한 마케팅 비용의 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두 번째였다.

귤 토큰을 판매하면 크라우드 펀딩 처럼 귤을 선 판매한 후 겨울 수확철에 상품을 보내는 구조였다. 겨울이 됐을 때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판매량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스팀잇이 가진 플랫폼의 구조도 한 몫 했다. 상품에 대한 리뷰를 소비자가 스팀잇에 남기면 귤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기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보통 많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리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체험단을 운영한다든가 하는데, 이를 귤 토큰을 통해서 자발적인 리뷰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자연스레 생겼다. 여기에 스팀잇을 통해 스팀(코인)으로 스팀파워를 전환해 추가수익도 올릴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장점이었다.“

 

올해, 설 선물 용으로 수확해 어썸제주에서 판매했던 한라봉. [출처=박산솔씨 제공]

박 씨는 토큰 발행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스팀에서 준비 중인 토큰 발행 플랫폼 스마트 미디어 토큰(SMT)과 사이드 프로젝트 스팀 엔진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토큰을 발행했다.

이미 올 겨울 수확할 분량의 귤 토큰은 판 매가 완료됐다. 프리세일이었던 만큼 시중에서 판매되는 귤 가격의 30~5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나름의 리스크는 있다. 싸게 판 만큼 올 겨울 스팀 가격이 하락하면 손해를 볼 여지가 생긴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박 씨는 귤 토큰 판매 수량에 상응하는 현금을 준비해 놨다. 겨울에 농부들로부터 귤을 구입할 자금이다.

 

"저렴하게 판매한 대신 지금부터 귤 수확철인 10월 전까지 스팀잇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보팅을 받아서 그 만큼의 수익을 올릴 생각이다." 박 씨가 밝힌 ‘2차 방어선'이다.

박 씨는 귤 토큰 외에도 활발한 스팀잇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콘텐츠 게재 후 일주일 동안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팀잇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재되고 있는 양질의 글을 모아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스팀잇에서는 귤 토큰의 인기에 힘 입어 쌀 토큰, 잣 토큰 등 다양한 종류의 토큰이 발행을 준비 중이다. 가상통화의 실생활 접목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한 걸음 더 삶에 들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박 씨는 <데일리토큰>과의 인터뷰를 다음과 같이 끝 마쳤다.

“IT 기술은 사람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도 결국 누구나 사용하게 되는 세상이 될 것이고 그때는 기술적인 부분은 사용자는 전혀 몰라도 되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 현재 스마트폰을 쓰면서 스크린 터치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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