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③투기
[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③투기
블록체인·사업 내용 몰라도…"일단 사고 보자"…준비 안된 기업에 상장 채근
커뮤니티에선 합리적 의심 안통해 "코인 가격 떨어지니 추방 시켜라"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9.02.08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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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지난해 말 서울 역삼동 인근에선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관계자들과 국내 투자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불려 나온 이유는 딱 하나. '코인 가격 하락' 때문이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앞으로 가상통화 시장의 전망을 짚으며 어떤 방식으로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인지 설명했다. 그러자 한 투자자가 "지금 그 얘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며 "이 토큰을 산 이유는 ICO 직후 거래소에 상장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역정을 냈다.

이어 "가격이 오르면 바로 팔려고 했는데 못 팔았다"며 "지금도 거래량이 없어서 팔지를 못한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현재 '먹튀'가 됐다. 온갖 장밋빛 사업 구상으로 가득했던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남은 것은 투자 손실을 입은 피해자 뿐이다. 

◆ 블록체인? 사업 성과? "됐고, 상장이나 해라"

생산 활동과는 관계없이 오직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실물 자산이나 금융 자산을 구입하는 행위.

이는 사전에 기재된 '투기'에 대한 정의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통상적으로 시장을 감시하면서 기업의 생산과 경제 상품 유통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 업계에서 이들의 역할은 대폭 줄어든다. 구현된 사업 자체가 드문 만큼 '자금의 유통' 단계에 머물기 때문이다.

물론 이성적인 '투자'를 하는 이들도 많지만 실체 없는 사업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바로 수익이다. 가상통화 투자가 일단 돈이 된다는 인식이 지난 2017년 '비트코인 광풍'과 함께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한계속에 블록체인 업계는 투자가 투기로 변질되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코인 판매를 위한 갖가지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며 업계의 암세포로 자리잡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정상적인 투자자가 아닌 '투기자'들을 다루고자 한다.

'먹튀' 프로젝트의 가상통화는 일명 '총판'의 공구를 통해 국내서 판매됐다. 총판이라는 공구 총 책임자가 프로젝트로부터 한번에 세일 물량을 받고 이를 하위 구매자들에게 판매하는 다단계 방식이다. ICO가 지향했던 P2P와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이미 '탈중앙화'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투기자들은 코인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조금 과장하면 아예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단시간에 거래소에 상장한 후 가격 상승을 이뤄내면 이를 현금화해 한밑천 벌어들이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세금도 없으니 금상첨화다. 이들에게 정말 규제는 필요한 존재였을까?

판매자들은 코인 이름과 상장 예정 일자, 한 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물량 등 '가격'과 관련한 최소 정보만 제공한다. 고객 신원 인증, 자금세탁 방지 등은 전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코인 이름을 포함한 아무 정보도 가르쳐주지 않고 '묻지마 투자'를 권유하는 곳도 있다.

◆ 프로젝트 스캠 논란? 외부에 퍼트리면 '배신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장과 가격 상승에만 쏠리다 보니 프로젝트들은 기술 개발보다는 빠른 상장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했다. 상장 후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핑크빛 예측과 달리 현실 사용이 결여된 상장에 코인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하기 일쑤다. 기업이 상장 시기를 늦추는 것에는 '투자자의 원성'이라는 어마어마한 리스크가 따른다.

여기에 전체 가상통화 시장의 약세장까지 겹쳐 가격 회복은 더 멀어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투자자들은 자신이 산 코인의 가격 상승을 바라며 이기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한 프로젝트 투자자들은 "부족한 부분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좋을 것이 없다"며 "쓸데없는 소리는 단체 채팅방을 나가서 하라"고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의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 투자자를 본인들 스스로 추방했다.

거래소 코인을 발행한 또 다른 프로젝트의 단체 커뮤니티 방 상황도 비슷했다. 한 투자자가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이력에 대해 "다단계 출신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자 투자자들은 그를 '분탕종자'로 몰아갔다. 의혹을 품게 된 근거를 설명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냐", "타 프로젝트의 스파이가 아니냐"라는 따가운 눈총이었다.

◆ 업계는 신뢰를 잃고, 투자자는 돈을 잃고…사실상 의미 없는 법적 대응

가상통화 붐은 1년만에 빠른 속도로 식었다. 한 번의 투자로 큰 수익을 올리려던 공구 투자 참가자들은 구매한 코인 가격이 상장 후에도 오르지 않고 심지어 구매 가격보다 시가가 낮아지자 분통을 터트리기 일쑤다.

초기에는 상장으로 투자자들을 달랬던 기업은 결국 공구 투자자들의 존재를 부인했다. 공구방 피해자들은 정식 구매자가 아니며 도의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기업이 책임져야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몇몇 투자자들은 가격 회복과 보상 방안이 없다는 것에 체념하고 기업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년 동안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이들의 폐쇄적인 소통 방식으로 인해 블록체인과 가상통화 시장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도 차가워졌다.

신근영 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장은 <데일리토큰>에 "투자책임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며 "공구방 총판에게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해 보이나 기업에게 이를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고래 투자자들이 총판으로 돌변해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입가보다 비싼 가격에 코인을 되팔았고 이로 인해 기업은 공구 투자자들의 존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신 협회장은 "공구방 투자를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며 "직접 회사를 방문하고 그 이후에도 다방면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 전문가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동주 법무법인 에이원 서초 변호사는 <데일리토큰>에 투자자들이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해 보상을 받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총판들에게 속았거나 기망을 당했다면 이들에게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총판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의견이다.

그는 "다만 기업이 공구에 대해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따라 책임을 물을 소지가 생긴다"며 "개별 사건에 따라 개입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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