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②기업下
[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②기업下
'돈부터 모아라!' 고급 호텔에 다단계 업자 모셔 놓고 "잘 부탁드린다" 90도 인사
  • 김혜정 기자
  • 승인 2019.02.07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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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돈부터 모아라"…값비싼 호텔로 다단계 초대해 "잘 부탁드립니다" 90도 인사

지난 12월 서울시 중구에서는 또 다른 자동차 블록체인 프로젝트 업체의 비공개 행사가 열렸다. 기업은 고급진 코스요리와 와인을 대접하면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했다. 식사 시간에는 프로젝트 대표와 고위 관계자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연신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해댔다. 심지어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 한 협회의 임원도 이 행사에 주요 연사로 참여해 프로젝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이는 소위 말하는 '큰손'들의 투자를 받기 위한 행사로, 다단계 업자들도 참여했다. 무역일을 하다가 '코인을 관리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들을 '로얄패밀리'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이미 업계에서 만연하다.

다단계 특유의 방식으로 속칭 '가지치기'가 무한대로 이뤄진다. 이는 곧 기업들이 누가 자신의 프로젝트에 투자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투자자도 자신이 어떤 프로젝트에 투자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식으로 따지면 기업이 주식을 판매는 했는데 주주가 누구인지 모르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을 몰라도, 자신이 구입하는 코인을 보관하기 위한 '전자지갑'이 무엇인지 몰라도 된다. 다단계 업자들이 들고 다니는 꼬깃꼬깃한 수첩에 자신들의 인적사항만 넘기면 그만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4차산업혁명'이다 

올 초 국내에서 비공개 밋업을 진행한 한 기업은 이 같은 이유로 다단계에 접근하지 않은 케이스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단계의 문제점은 총판이 토큰을 싸게 사서 유통마진을 챙기고 하위로 전가하는 것"이라며 "중간에 배달 사고가 날 경우 서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으니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제 역할 못하는 거래소...아쉬운 상장 심사 절차…결국 '거래 수수료 장사'

내실 없는 프로젝트가 판을 친다 하더라도 업계 스스로 정화할 능력은 있다. 코인이 투자자들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인 '거래소'를 통해서다. 거래소는 상장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실제 빗썸이나 코인원, 업비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는 심사 시 프로젝트의 진행 가능성이나 실현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항목이 존재한다. 하지만 거래소가 이 심사 기준에 따라 얼마나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는지 투자자들은 알 길이 없다. 

빗썸이나 한빗코 등 몇몇 거래소는 신규 코인을 상장할 때마다 검토 보고서를 발간한다. 하지만 보고서의 퀄리티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백서 요약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주 얕은 설명에 그친다. 합리적인 판단임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은 거래소의 순수한 입장이 반영된 '종합의견' 뿐이다.

특히 빗썸은 상장검토 보고서의 항목이 프로젝트마다 제각각이다. 로드맵이나 팀 구성원, 주요 특징이 이미지 자료와 함께 소개된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특징, 코인 스펙만 간략하게 설명된 프로젝트도 있다. '종합검토의견'도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이러한 상황의 대표적인 폐단은 빗썸의 팝체인 논란이다. 빗썸은 지난해 5월 빗썸프로에 팝체인을 상장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음 날 철회했다. 상장이 발표될 당시 팝체인 소유자는 총 18명이었고 이 중 2명이 토큰의 91%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빗썸의 팝체인 상장 보고서에는 이 같은 점이 지적돼 있지 않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수수료 수익'이다. 

거래 수수료는 거래소들의 주요 수익이 된다. 이것이 많아지려면 더 많은 코인을 확보해야 하고 하루 빨리 상장 시켜 거래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과 자금 유통 창구인 거래소가 각자의 위치에서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만을 보고 그야말로 무차별 직진을 하고 있는 셈이다. 블록체인 업계에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에 업계 양성과 감시 역할을 해야 하는 협회들의 성과도 현재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이들 업계에 휘둘리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김철환 한양대학교 창업지원단 블록체인 겸임교수는 "외부에서 보기에 (블록체인 업계는) 아직 흙탕물"이라며 "업계 모두가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잘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논의를 통해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면서 곪은 부분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사기꾼들은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가 다시 스멀스멀 나타나고, 피해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③투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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