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②기업上
[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②기업上
자본금 10억으로 '세계 최고 전기차 출시' 외치는 기업…제조사 자격 확보 요건도 몰라
  • 김혜정 기자
  • 승인 2019.02.06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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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연내(2019년) 친환경 전기차 출시'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기업이 내세운 사업의 일부다. 이 회사는 자사를 글로벌 대형 전기차 제조사와 비교하며 연내 전기차 출시를 약속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동차 제조업은 의지로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대기업처럼 자동차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기인증 능력을 확보한 제작자로 국토교통부에 등록을 해야 한다. 자기인증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15조에 따라 차대번호표기부호를 배정받고 ▲안전기준 시험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면서 ▲연간 제작·조립대수가 2500대 이상이거나 동일한 형식의 자동차를 연간 500대 이상 제작·조립하는 곳이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기준 시험시설을 확보하는 데에 비용이 많이 든다"며 "현대나 쉐보레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소규모 제작사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인증 능력을 미확보한 소규모 제작사가 대기업처럼 신차를 개발해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여기서 '소규모 제작사'는 차량 정비나 일부 개조 등을 할 수 있는 '정비소'를 뜻한다. 

전기차는 수십년간 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대기업에게도 결코 녹록치 않은 분야다. 쌍용자동차는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연간 2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지난 15일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추진했다. 

2010년대 초부터 전기차를 개발했음에도 불구 아직 출시한 제품이 없어 현대·기아차에 밀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기차가 아니더라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히트작 ‘티볼리’ 조차 순수 개발비에만 5천억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됐다. 항상 해오던 일반 SUV 였지만 기획부터 출시까지 무려 3년6개월이 걸린 상품이다. 그나마도 기존 생산 인프라(개발인력, 생산공장 등)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내세운 기업의 ICO 모금액은 고작 10억원 정도다. 발행한 코인의 시가총액은 2억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대차가 신차 개발과 테스트를 위해 설립한 남양연구소는 지난 1986년부터 10년간 약 105만평의 부지에 35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본이 개발비와 시설 마련 비용에 필요한 최소 1조원 정도의 자본이 없다면 ICO 모집 금액만으로는 ‘어불성설’인 셈이다. 여기에 시설 유지 비용과 수천에서 수만명의 인건비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자기인증 능력 확보 제작자로 등록할 수 있는데 메이저, 대형 급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유사 사업을 내세우고 있는 기업이 한 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동차 제조 사업의 기본 요건도 모르고 있는 듯하다. 이 기업들의 사업 계획인 백서에 ‘자동차관리법’이나 ‘안전기준 시험시설’에 대한 언급이 있는 곳은 그야말로 전무하다. 

일부 기업은 정부나 NGO와 사업 제휴를 체결한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애초에 ‘자기인증 능력을 확보한 제작자’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면 정부와의 제휴 따위는 필요하지도 않으며 이것들은 제휴 체결을 위한 '협의 대상 사안' 조차도 될 수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기술-자본-생산시설 세 가지일 뿐이다. 

◆ 'ICO 금지' 기조, 판은 비양심 기업들이 깔았다… 금감원 "블록체인 기업의 사업, 실체 없다"

ICO 규모는 지난해 1월 21억4876만달러에서 올해 1월 1억2631만달러로 약 94.12% 감소했다. 그간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 2년간 허송세월을 보냈다며 비판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을 정부에만 뒤집어 씌우기에는 업계의 행태도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야말로 실체 없는 프로젝트가 쌓이고 쌓여 규제 철퇴를 휘두르게 만든 것은 어찌 보면 업계 스스로 만든 상황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조는 최근 가상통화 정책 컨트롤타워 격인 국무조정실의 입장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 정부는 ICO 전면금지 조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지난해 9월부터 ICO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ICO는 여전히 투자 위험성이 높은 상태라고 봤다.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ICO 주요 투자 판단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고 실제 서비스를 실시한 회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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