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①정부下
[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①정부下
가상통화 억누르자 중소기업 휘청…가능성 본 대기업 앞에 시장 독점 '판 깔렸다'
  • 김혜정, 노윤주 기자
  • 승인 2019.0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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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셔터스톡]

◆ '코인 고사 작전' 정부에 성장 지체되는 '블록체인 중소기업'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건 블록체인 중소기업이다. ICO 규모가 줄어 새로운 투자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가상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자금난까지 겪고 있다.

국내 한 블록체인 기업은 60명 이상 늘렸던 인원을 지난해 말부터 지금껏 60% 이상 감축했다. '국내 1호 가상통화 펀드'를 출시했던 지닉스 거래소는 지난해 11월 문을 닫았다. 금융위가 해당 펀드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이라는 해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지닉스 관계자는 "애초 가상통화 펀드와 일반 코인을 같이 이용할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한 것이었다"며 "추가로 계획했던 사업 역시 펼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도움을 요청한 블록체인 기업도 있다. 프레스토는 지난해 12월 정부의 ICO 전면금지 조치와 가상통화 관련 입법 부작위해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프레스토는 가상통화 관련 규제의 부재와 ICO 금지로 인해 사업 개발 단계에서부터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경원 프레스토 대표는 "규제가 곧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기존 사업 아이템에서 상용화할 수 있는 부분만 개발했지만 법안이 마련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기존 사업 방향을 다소 수정했다"며 "기존에 기획·개발했던 부분 중에서도 쓸모 없게 되어버린 것들도 꽤 많았다"고 토로했다.

증권형 토큰 발행(STO)를 준비 중인 국내 한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STO가) 불가능할 것 같다.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해외에서는 STO가 여전히 인기지만 한국은 뒤쳐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상통화 관련) 법도 제대로 없고 다단계와 같은 불법적인 부분을 방치하고 있는 경우도 봤다"며 "선의를 가지고 하는 일인데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불법이 될까 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 블록체인도 결국 '대기업 놀이터'? 삼성, SK, 네이버, 카카오 등 이미 참전

중소기업이 휘청대는 틈을 타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IT 대기업들은 너도 나도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중소기업이 선점했던 산업이 대기업에게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초기 기술을 확보했던 기업들은 대기업에 흡수되거나 그들에게 투자를 받고 지분을 넘기는 수순을 밟고 있다.

먼저 삼성SDS는 지난 2017년 5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이더리움 기업연합(EEA)에 가입했다. 올해부터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에 블록체인 및 가상통화 관련 기술을 탑재하는 특허를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모나체인(Monachain)을 자체 구축한 LG CNS 역시 지난 17일 EEA에 가입했다. 한화, SK, KT 등 기업들도 블록체인 기반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국내 대표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자체 블록체인을 구축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정책의 부재가 블록체인 중소기업을 비롯한 업계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준 교수는 "자금의 차이다. 대기업은 자금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없다"며 "중소 블록체인 기업의 경우 자금조달 방식이 암호화폐(가상통화)인 것"이라며 "기술을 서비스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조달돼야 하는데 정부가 암호화폐를 막아버리니 기업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암호화폐를 자금조달 창구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통화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해외 진출도 보다 쉽게 만들어준 분야로 평가받는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을 받던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은 유독 블록체인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

송인규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코인과 토큰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없는지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규제와 정책을 제시해야 사업과 투자 모두 활성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 금융연구위원은 "가상통화의 내재적인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단계"라며 "전세계적으로 가상통화가 어떤 식으로 운용이 되고 있는지 잘 살펴보고 오픈 마인드로 접근해야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포커스] 꽃피지 못한 한국 블록체인의 위기와 책임론 – ②기업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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