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시행 한달 제로페이, 업주들 "쓸 줄 몰라요, 딴 데 가세요"
[포커스] 시행 한달 제로페이, 업주들 "쓸 줄 몰라요, 딴 데 가세요"
"제로페이 가맹점 1만315곳" 홍보 서울시, 정작 결제 실적은 "공개 안 할 것"
'매출 비례 수수료 혜택' 제도, 카카오는 "매출에 상관없이 수수료 없어요"
  • 김혜정 기자
  • 승인 2019.01.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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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잠원동 가로수길 근방에 걸려 있는 제로페이 홍보 현수막.[사진=데일리토큰]
서울시 잠원동 가로수길 근방에 걸려 있는 제로페이 홍보 현수막.[사진=데일리토큰]

서울시가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 시범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연 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에게는 결제 수수료 '0원'을, 고객들에게는 소득공제 40% 혜택이라는 소비 친화형 정책이 핵심이었다. 

보통 신규 사업은 초반 분위기가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수십억의 홍보 예산이 쓰였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제로페이는 고객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쉽게 유입되지 못하면서 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제로페이 현장 직접 가보니...결제 많아야 하루에 한 번

시범 사업은 서울지역 내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 터미널과 영등포역 지하 쇼핑센터 입점 업체,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bhc·롯데리아·엔젤리너스·크리스피도넛 등 26개 프랜차이즈 직영점 중심으로 시행됐다.

강남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로 가는 동선 제로페이 광고가 줄을 잇고 있다.[사진=데일리토큰]

지난달 31일 체험을 위해 찾은 강남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은 '제로페이 왕국'으로 보였다. 고투몰로 내려가는 동선에는 "모두에게 좋다! 제로페이가 정답이다"라는 광고로 도배가 돼 있었다. 쇼핑객들이 쉴 수 있는 쉼터에도 제로페이 광고가 진을 쳤다.

하지만 제로페이를 직접 써보기는 쉽지 않았다. 4~50대 연령층이 운영하는 업장에서 "할 줄 모른다"며 몇 차례 퇴짜를 맞은 뒤 20대 아르바이트생이 일하고 있는 매장에 가서야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마저도 사용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용 사례는 역시 많지 않았다. 한 매장 직원은 "제로페이는 많아야 하루 한 번 정도 쓰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역 지하 쇼핑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시행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1월 16일 찾은 영등포역 지하상가의 경우 제로페이 결제가 당장 가능한 곳은 방문한 매장 여덟 곳 중 두 곳에 불과했다.

고투몰의 한 매장 간판 왼쪽에 제로페이 결제 스티커가 붙어있다. 가장 오른쪽에 붙어있는 스티커는 비트코인 결제 스티커.[사진=데일리토큰]

영등포역 쇼핑센터의 상황이 더 안 좋은 것은 사업 시작 공개 시점과 실질적인 운영 시점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시범 사업을 시작할 당시 고투몰과 함께 영등포역 지하 쇼핑센터에서도 바로 운행이 가능할 것처럼 홍보했으나 이 시설에 제로페이 키트가 도착한 것은 불과 3~4일 전인 1월 중순이었다. 제로페이 결제 사례를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제로페이 스티커는 붙여 놨으나 아직 설치가 안 됐다"며 "상가 전체적으로 (도입을) 했지만 주변 가게에서 했다는 말도 못 들었다. 물어보는 손님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가방 매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업주도 "우리는 제로페이 키트를 빨리 받아 일주일 전에 결제 시스템 준비를 마쳤는데 결제하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아직까지 카드나 현금을 많이 쓴다. 카드 결제가 단연 가장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가맹점 수는 공개한 서울시, 결제 건수(실적)는 "안 알랴줌"

제로페이는 정부 주도 시범 사업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현재 서울 지역에서만 1만315곳의 가맹점을 모집했으나 실효성은 미비하다. 시범 사업이 시행되고 보름 동안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1607으로 집계됐다. 서울시 제로페이 담당 부처에 한 달 동안 결제 건수가 어떻게 되는지를 묻자 관계자는 "실적 공개는 안 하기로 했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간편' 결제지만 복잡한 등록 절차와 사용법도 극복해야 할 한계로 보인다. 제로페이 신청부터가 쉽지 않다.

일단 챙겨야 할 서류가 만만치 않다. 신분증 사본과 통장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등이 기본 서류로 필요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특히 상점을 운영하는 중-장년층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 가맹점주는 "키트를 받았는데 물건 떼러 가느라 할 시간이 없다"며 "내일 공부를 따로 해서 설치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나이가 50대라고 밝힌 한 매장 직원은 "앱 설치하는 법을 몰라 쉬는 날 집에 있는 딸에게 설치해달라고 부탁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앱스토어를 통해 앱을 다운받고 이를 통해 필요한 정보 등을 입력하는 것 자체가 낯설다고 얘기한다. 

경쟁 서비스 카카오페이의 경우 QR결제 신청 절차는 비교적 간편하게 카카오톡 앱으로 가능하다. 상점명과 전화번호, 업종, 대표자명, 사업자 번호, 키트 배송 주소를 직접 입력하면 된다. 이미 '국민 앱'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만 있으면 나머지 과정은 어렵지 않다.  

◆일부 프랜차이즈 업주들, 시스템 이해 못해 도입해 놓고도 못 써

프랜차이즈 매장이 제로페이를 쓸 경우 문제가 복잡해지는 경우도 있다. 영등포 지하상가의 토니모리 화장품 매장은 제로페이를 도입했지만 정작 결제가 불가능했다. 매장 직원은 이에 대해 "제로페이 결제 금액이 본사로 직접 들어가는데 본사로부터 재고 정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매장 직원이 시스템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제로페이는 일단 '직영점' 위주로 도입한 후 이를 가맹점주들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이었다. 토니모리 본사는 제로페이 결제를 도입한 곳이 아니었던 것. 

토니모리 관계자는 "매장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토니모리는 제로페이 시스템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직영점에도 도입되어 있지 않았던 제로페이를 가맹점주가 쓰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세부사항은 가맹점주가 스스로 정보를 찾아 확인해야 한다. 

토니모리 측은 "제로페이 도입 계획은 앞으로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사업 시행 홍보 시기와 시스템 적용 시기가 제각각인 곳도 있다.

제로페이 결제 시 10% 현장 할인이 가능하다고 홍보한 세종문화회관도 아직은 결제가 불가능하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아직은 결제가 불가능하다"며 "금년 4월로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초반 '어디서나 쉽게 쓸 수 있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 자리 잡아야 하지만 적용 시기가 제각각 이고 이에 대한 별도의 공지는 없다. '소상공인과 서민을 위한 제로페이'라는 홍보 현수막만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는 셈이다.

◆내세운 혜택도 '빛 좋은 개살구'… 카카오페이, 매출에 상관없이 수수료 '0원' 

제로페이가 내세우는 혜택도 실사용자들의 이목을 끌기 힘들었다. 제로페이는 연 매출에 따라 수수료가 0%에서 많게는 0.5%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경쟁사 카카오페이만 해도 매출에 상관없이 수수료가 면제된다. 

사용 고객에게 제공하는 40% 소득공제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한 사회초년생은 "연말정산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지 소득공제 혜택이 그렇게 와 닿지 않는다"며 "이미 잘 쓰는 결제 수단이 있으니 귀찮은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김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D씨는 "쓰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왜 굳이 제로페이를 들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다 하더라도 제로페이가 실적을 거두기는 힘들 거라는 지적도 있다. 공기관의 인력만으로 운영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어려운 탓이다. 

강임호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마진이 남으면 아웃소싱이 가능하지만 극 소액 결제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다. 일반 기업이 이윤 동기로 해도 성공할까 말까 일 것"이라며 "40% 소득공제도 실효성이 없다.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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