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공인인증서보다 불편한 블록체인 인증서 '뱅크사인'
[포커스] 공인인증서보다 불편한 블록체인 인증서 '뱅크사인'
개발비만 수십억…사용 가이드 없어 인터넷 후기 검색해야 '겨우겨우'
복잡한 절차, 호환성 부족 해결해야…실적 저조에 3000만원 들여 졸속 경품 행사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8.12.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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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은행연합회]

지난 8월 은행연합회는 블록체인 기반 은행 공동 인증 서비스 '뱅크사인'을 선보였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개발비에만 수십억이 들어갔다고 업계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번거로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구원투수가 될 것’을 외쳤던 뱅크사인의 현주소는 참담하기 그지 없다. 출시 후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저조한 실적 등의 문제로 존재 자체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뱅크사인 인증서 누적 발급량은 겨우 10만 건을 넘는다. 올 1분기 모바일 뱅킹 가입자 수인 9477만2000명의 0.1%에 그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과 전북, 제주 등 지방은행은 발급량이 채 1000건을 넘지 못한다.

뱅크사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 개별 은행 앱에서 인증서 발급을 신청해야 한다. 이후 계좌 이체 등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공인인증서처럼 뱅크사인 인증서를 사용하면 된다.

뱅크사인 앱을 설치 후 실행하면 곧바로 '거래 은행에서 뱅크사인 이용 신청을 하라'며 앱이 꺼져버린다. 친절한 신청 방법 가이드 따위는 안내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스웩'이 넘친다.

주거래 은행인 KB국민은행의 모바일 앱을 아무리 살펴봐도 뱅크사인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다.인터넷 검색을 하고 나서야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미니'앱에서만 뱅크사인 인증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존 스타뱅킹 앱의 축소판인 '스타뱅킹 미니'에서만 뱅크사인을 이용할 수 있다. [출처=KB스타뱅킹 미니 캡처]

KB스타뱅킹 미니 앱을 설치한 후 인증센터에서 뱅크사인 발급 신청을 했다. 발급 절차는 공인인증서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번거롭다. 계좌 비밀번호와 보안카드의 일련번호와 비밀번호에 뱅크사인 인증서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이 과정은 공인인증서를 사용 할 때와 거의 똑같다. 줄어든 절차는 없다. 되려 앱을 두개나 더 깔아야 추가 절차가 생긴다.  

또한 처음 등록한 은행 외 타행에서도 뱅크사인을 사용하고 싶다면 공인인증서와 똑같이 타행인증을 진행해야 한다.

이쯤 되니 '과연 이게 왜 필요할까?'라는 의문만이 남는다

일단 기존 시스템에 비해 편의성을 찾아 볼 수 없고 다른 인증 시스템에 비해 장점이 없다. 오히려 절차 간소화라는 트렌드에 역행 중이다.이미 각 은행권에서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 로그인 및 간편 이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인증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여타 은행들도 지문, 홍채 등 생체인식을 통해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이체 시스템을 홍보 중이다.

공인인증서와 다른 점은 갱신 기간이 3년이라는 것과 비밀번호 인증 외에 지문 인증을 지원한다는 것 뿐이다.

게다가 공인인증서로는 국세청, 민원24 등 각종 행정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뱅크사인은 은행 이용에만 사용처가 국한돼 활용도 마저 떨어진다.

은행연합회는 뱅크사인 유입자를 늘리기 위해 내년 1월 31일까지 신규 가입자 중 추첨을 통해 3000만원 상당의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모바일 뱅킹에서 PC 버전의 온라인 뱅킹까지 인증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시스템 개선이 아닌 홍보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고객들은 여전히 불편함을 지적하고 있다. 뱅크사인 사용자인 이 모씨는 "모바일 뱅킹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며 "인증서 발급과 초기화에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사용자 역시 "어디서 어떻게 등록하는지 안내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평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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