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규제 없이 1년' 가상통화 거래소, 국내서 돈 벌어 해외로
[포커스] '규제 없이 1년' 가상통화 거래소, 국내서 돈 벌어 해외로
가상통화 결제 키오스크 사업, 규제 부재 속 제조업 수준에 머물러
업계 "관계 부처 구두 지침만 내리는 상황은 옳지 않아"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8.11.07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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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대학가의 한 분식집. 최근 빗썸이 제공하는 키오스크 두 대를 도입했다. [사진=데일리토큰]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푸드코트에는 총 4대의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다. 카드 결제만 가능한 이 키오스크는 메뉴 선택과 결제를 한번에 처리하고 주문 내역은 업주들에 전송해 주기 때문에 운영 효율성을 높여 준다. 

이 기기는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이 선보인 '터치비'다. 지난 4월 거래소가 '미래형 키오스크'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가상통화 결제 시스템을 접목한 '미래형 디바이스'로 내세운 야심작이다. 빗썸은 이를 통해 가상통화 결제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확대 하겠다는 계획이다.

꾸준한 홍보를 통해 가맹점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애초 기획했던 '미래형'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무(無) 규제로 인해 사업 진행이 녹록치 않다. 현재까지의 터치비는 패스트푸드점이나 백화점 푸드코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편 결제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빗썸 키오스크 두 대를 도입했다는 서울시 성북구의 한 분식점도 마찬가지. 직원규모에 상관없이 떡볶이와 어묵 등을 주문하기 위한 도구로만 쓰이는 정도다. 마포구의 한 독서실 업주는 "나중에 가상통화 결제 기능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이런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렴한 렌탈 비용과 세련된 디자인이 빗썸 키오스크를 선택한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

'소리 소문 없는' 키오스크 사업과는 다르게 빗썸의 글로벌 행보는 눈길을 끌만 하다. 주력인 거래소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 중이다.

빗썸은 지난달 31일 미국 핀테크 기업 시리즈원과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미국에 증권형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홍콩에 자회사를 설립, 지난달 탈중앙화 거래소 빗썸 덱스(DEX)를 오픈했다. 런던, 태국, 일본 등에도 법인을 설립했으며 거래소 사업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선 부대사업을, 해외에서는 주력사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이 배경에는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논란이었던 '규제'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그 어떤 정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안 등 문제가 되는 것부터 처리하는 '네거티브' 정책 칼 바람 아래 각종 해킹 및 보안사고, 경영진들의 배임 의혹 들이 잇달아 터지자 거래소들은 자연스레 사정 당국의 숙청 대상이 됐다.

부정적인 요소가 부각되자 정부 지원도 대폭 축소됐다. 지난 9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거래소)'를 벤처기업 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업종에서 지난해부터 투기 과열 현상과 유사수신, 자금세탁, 해킹 등 사회적 문제가 나타났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벤처기업으로 지원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중기부의 입장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거래소는 빗썸 만이 아니다.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는 지난 10월 업비트 싱가포르 운영을 시작했다. 코인원은 코인원 인도네시아에 이어 지난 1일 몰타에 본사를 둔 씨젝스(CGEX)를 설립했다.

이들이 새 둥지를 튼 몰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국가는 모두 가상통화에 우호적이다. 정부가 나서 가상통화 산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당연히 관련 분야 인재들도 이들 국가로 몰려들고 있다.

규제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데일리토큰>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법률 상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현재 입법 과정에 있는 법률이 통과된 후 권한을 부여 받아야만 규제안 혹은 가이드라인 마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중기부의 거래소 벤처 제외 결정 이후 국회는 가상통화 거래소를 벤처로 인정해야 한다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상통화 규정 신설 등 내용을 골자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역시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위원회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화준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법과 절차에 맞춘 규제를 마련해야한다"며 "지금처럼 관련 부처가 구두로 지침을 내리는 상황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빗썸 관계자는 "규제가 하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며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형 키오스크 사업에 대해서는 "정부 방침이 정해진다면 가상통화 결제가 가능하도록 기존 프로그램에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며 "키오스크는 여전히 빗썸의 주력 사업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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