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협회]④ 무늬만 '어벤저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사업실적은 '제로'
[위기의협회]④ 무늬만 '어벤저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사업실적은 '제로'
"전략사업, 정부 인가가 먼저라 판단"… 한편에선 몸집 부풀리기에 실속 없는 행사 열어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8.10.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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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제도연구·기술연구지원 및 사업발굴·창업육성 및 산학협력촉진'

지난 7월 출범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KBIPA)가 출범 당시 전면에 내세운 전략사업이다. 하지만 1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의 사업 실적은 '제로'에 가깝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창립총회 모습. 김형주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KBIPA 홈페이지]

KBIPA를 살펴보면 구성원부터 '클래스'가 다르다. 김형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이사장을 맡아 협회를 이끌고 있으며 카카오, 삼성전자 등 'A'급 대기업들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글로스퍼, 엑스블록시스템즈 등 현재 블록체인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창립 초기부터 협회와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무늬만 '어벤저스'급 일 뿐이다. <데일리토큰>이 전략사업에 대한 실적에 대해 문의하자 "정부를 설득해 사단법인 인가를 받는데 주력하며 로드맵을 뒤로 미뤄왔다"는 궁색한 해명이 돌아왔다. 여기에 최근 협회간 경쟁이 심화되자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업계 소식에 의하면 협회는 또 다른 신생 협회와 조직을 합치는 것도 고려했었다는 전언이다.

◆가입 심사? '카톡'으로 논의해 보겠습니다… 전문가 "세 불리기 식 확장 우려"

KBIPA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사진 회의'를 거쳐야 한다. 이 회의에서 만장일치가 아닐 경우 협회 가입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협회에는 아직 정식으로 마련된 심사 기준이 없다. 이사진의 개별 판단으로 회원 가입 여부를 승인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신청이 들어오는 즉시 이사회를 소집한다"며 "그러나 항상 한 자리에 모일 수 없어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이용해 토론하고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진들이 모두 업계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들 각자의 기준에 따라 승인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협회에 가입하기 매우 쉬운 것으로 안다"며 "업계에서는 현재 활동 중인 협회들 간 회원사 유치 경쟁이 붙어 기준 없이 다 가입 승인을 내준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협회의 절차에 "세를 불리기 위한 무조건적인 승인은 좋지 않다"며 "그러나 이사회를 진행해 선별적으로 회원사를 받는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기업처럼 국가가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면 좋겠지만 그런 규정 자체가 없다"며 "이런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협회도 회원사 가입 승인에 대한 규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요한 것은 이사회가 이런 권한을 자신들의 이익과 연관 지어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이런 이슈가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나와바리'(구역) 문화가 있어 곧 블록체인계에서도 주도권 싸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8월 22일 블록페스타 현장. 참가자가 모여 있어야 할 부스 존에는 기업 관계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데일리토큰]

◆ '산업진흥' 전략사업은 미뤄두고 수익사업? 이마저 '졸속' 운영에 육성-창업 등 후속 효과 '전무'

협회는 사단법인 인가 획득 전인 지난 8월 '블록페스타' 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축사를 한다는 점을 내세우는 등 그동안 ICO 업체들의 홍보행사와는 다른 민관협력 행사라는 점을 강조,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한 진지한 논의와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 행사에서 협회와 업계 그리고 기업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보통 이러한 행사에서 협회는 업계 관계자들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는다. 

소위 말하는 'A'급 기업들과 육성이 필요한 신생 기업들을 함께 참여시켜 서로의 사업 현황과 모델을 논의하고 교류를 통해 또 다른 사업 기회를 창출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다리' 를 놓아 주는 것이 그 역할의 하나다.

이는 '블록체인 사업 발굴'과 '창업 육성' 등 업계의 산파 역할을 하겠다는 협회의 주요 전략 사업과 정확히 접점을 이루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 행사를 통해 후속 사업이 이루어진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비용까지 받은 네트워킹 파티 역시 마찬가지. 분위기가 썰렁하자 그나마 이름있던 기업들의 대표나 관계자들 역시 다수가 참여하지 않거나 일찍 자리를 뜨는 모습을 보였다.

한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대체 왜 비용을 지불하고 이 자리에 왔는지 모르겠다"며 "협회 이름만 믿고 왔다가 된통 당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같은 참사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예고됐다. 

행사가 열리기 전 주말까지도 참여 기업 확보에 실패, 결국 계획도 없던 10여 개 회원사들이 급하게 참여하게 됐다. 사정이 이러니 행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기업이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참여하는지에 대한 홍보가 없으니 애초에 관심 자체를 불러일으키질 못했다. 기업 입장에선 쓸데없는 비용도 발생했다. 협회의 이름이 '산업 진흥'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지난 5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지난 5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와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블록체인 산업진흥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출처=KBIPA 홈페이지]

◆ 1년간 정책 제안 '1개'… 발의는 '아직'

협회는 지난 5월 딱 한 건의 법안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제안한 '블록체인 산업진흥 기본법'이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산업진흥 기본계획의 작성주체를 금융분야와 비금융분야로 구별하고, 금융분야는 금융위원장이, 비금융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기본계획의 작성주체로 나설 것이 제안됐다.

또한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 및 블록체인 기술의 이용촉진에 관한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그 추진사항을 점검·평가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블록체인 산업 전략위원회'를 두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단 건의는 했지만 발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물론 이는 협회 탓으로 돌리기만은 힘들다. 

현재 금융당국은 거래소를 시작으로 ICO를 진행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에 나선 상태다. 조사 결과가 나와야 추가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 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올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KBIPA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주요 활동에 대해 "정부 인가 획득에 주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며 "현재 협회 내부를 재 구성 중이고 홈페이지 역시 새단장을 준비 중이다. 이런 문제로 외부에서(대중이) 협회 사항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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