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이 상식백과] 블록체인 탈중앙화의 원조 '사이퍼펑크'
[코린이 상식백과] 블록체인 탈중앙화의 원조 '사이퍼펑크'
  • 윤해리 기자
  • 승인 2018.10.08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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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등장한 비트코인은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고 발행 주체가 없어 중앙은행 통제에서 벗어난 화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죠. 

탈중앙화는 기존 권력을 가진 중앙기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저항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가상통화의 저항 정신이 1990년대 등장한 '사이퍼펑크' 운동에 근간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이퍼펑크(Cypherpunk)란?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암호를 뜻하는 '사이퍼(Cipher)'와 저항을 뜻하는 '펑크(Punk)'를 합친 말입니다. 

사이퍼펑크란 암호화 기술을 통해 중앙 집권화된 권력 기관에 저항하고자 하는 정치사회 운동으로 1990년대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죠. 

최근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정부나 대기업들이 개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죠. 대표적으로 카드 결제 내역 하나만으로도 오늘 하루 내가 어떤 대중 교통을 사용했고, 무엇을 먹었는지를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이퍼펑크는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오랜 꿈은 거래 익명성이 보장되는 화폐를 개발하는 것이었죠.  

◆사이퍼펑크는 비트코인 탄생을 예감 했을까?

깃허브에 공개돼 있는 에릭 휴즈의 사이퍼펑크 선언문 [출처=깃허브(Github) 홈페이지]
깃허브에 공개돼 있는 에릭 휴즈의 사이퍼펑크 선언문 [출처=깃허브(Github) 홈페이지]

 

1993년 3월 에릭 휴즈는 개인정보 보호 내용이 담긴 '사이퍼펑크 선언 (A Cypherpunk's Manifesto)'을 발표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휴즈는 90년대 사이퍼펑크 운동에 초기부터 가담한 인물로 알려져 있죠.

휴즈는 선언문에서 "정부나 기업 또는 다른 거대 조직이 우리의 개인정보를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며 "우리가 스스로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하며 익명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의 원류를 찾아볼 수 있는 문장도 있습니다. 바로 '사이퍼펑크는 코드를 개발한다(Cypherpunks write code)'라는 문구인데요. 

사이퍼펑크 운동가들은 탈중앙화 정신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코드 개발에 힘썼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토시 나카모토는 사이퍼펑크 탈중앙화 정신을 담은 비트코인 소스 코드를 공개할 수 있었죠. 

◆이캐시, 해시캐시…비트코인 백서에 녹아 있는 개념들

비트코인이 공개되기 전까지 수많은 사이퍼펑크 운동가들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이 대표적인데요. 

1982년 차움은 디지털 서명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은닉 서명(Blind Signature) 기술을 개발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 3자가 거래 내역을 알 수 없는 디지털 화폐 '이-캐시(E-Cash)'를 고안해내죠. 

그러나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중요성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차움의 E-캐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뒤이어 아담 백(Adam Back)은 1997년에 무작위로 발송되는 스팸메일을 차단하기 위한 '해시 캐시(Hash Cash)'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백은 비트코인 프로토콜 개발업체 블록스트림 대표를 맡고 있죠.

이메일을 발송하기 위해서는 해시캐시라는 스탬프를 받아야 하는데, 컴퓨터 연산작업을 통해 일정한 해시값을 찾은 사람에게만 스탬프를 발행해주는 알고리즘을 거치도록 했죠. 

사토시 나카모토가 고안해 낸 비트코인 블록 생성용 작업증명방식(PoW)역시 해시캐시 연산 알고리즘에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사이퍼펑크 운동가들이 일궈낸 암호학적 연구들은 비트코인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는데요. 사토시의 비트코인 백서의 뿌리도 바로 이 연구들에 기초한 것입니다.  

백서에는 차움의 'E-캐시'와 아담 백의 '작업증명방식(PoW)' 이외에도 거래 내역을 담은 장부를 참여자 모두가 공유하는 웨이 다이(Wei Dai)의 B-머니(B-money) 개념도 담고 있죠. B-머니의 첫 글자인 B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만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명명 했을 때 B-머니를 참고 했다는 설이 있지요. 비트코인의 ‘Bit’는 컴퓨터의 최소 정보 단위를 나타냅니다.

어쨌든 비트코인 이후 이더리움, 이오스와 같은 가상통화들이 속속 등장 했습니다. 

이들의 채굴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탈중앙화'라는 기본 원리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죠. 사이퍼펑크 운동이 없었더라면 블록체인과 가상통화가 세상에 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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