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 고수열전]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블록체人 고수열전]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
"5년내 국경을 초월한 블록체인 대륙 펼쳐질 것"
  • 김혜정 기자
  • 승인 2018.08.14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일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서울 중구에서 데일리토큰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데일리토큰]
9일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서울 중구에서 데일리토큰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데일리토큰]

"블록체인 산업에서의 한 달은 일 년 과도 같은데 정부가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

9일 <데일리토큰>이 만난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국내 블록체인과 가상통화 업계의 현실에 대해 연신 “안타깝다”는 말을 반복했다. 한국이 현재 가상통화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며 업계의 인력과 자금을 모으고 있는 스위스나 싱가포르, 지브롤터 같은 블록체인 선도국이 될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앞으로 ‘블록체인 대륙’이 펼쳐질 것으로 예견했다. 국경이라는 장애물 없이 금융, 부동산 등의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이미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활동이 시작됐다며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관련 규제를 만들고 기업들이 이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은 닷컴버블과 종종 비교돼 왔다. 1세대 벤처사업가로서 20년 전 인터넷 붐과 닷컴버블을 옆에서 지켜보고 극복한 경험이 있는 전 위원장에게 가상통화 업계의 현 상황과 미래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어떤 곳인가.

생긴 지 1년이 조금 안 됐다. 지난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본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던 게 설립 배경이 됐다. 거래소 외에도 블록체인과 관련된 여러 산업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 장관이 협회장을, 자율규제위원회의 위원장을 제가 맡고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한 교육이나 적용사례를 발굴하는 산업발전위원회가 있다. 우태희 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위원장이다. 그 외에 분쟁소위원회와 거래소위원회 등 몇 개의 소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Q. 관련 협회들이 최근 많이 생기고 있는데, 한국블록체인협회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가장 처음 만들어진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주로 산업 발전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우리는 거래소들이 중심이 되는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머지 협회들은 잘 모르겠다. 

Q. 1세대 벤처사업가로도 알려져 있다. 20년 전 인터넷 붐을 목격하고 닷컴버블 속에서도 한글과컴퓨터를 일으켰는데. 어떤 계기로 가상통화 업계에 와서 협회에서까지 일하게 됐나.

보스코인을 만드셨던 박창기 대표가 몇 년 전 블록체인을 소개해줬다. 박 대표는 20년 전에 팍스넷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성공시킨 사례가 있다. (박 대표에게 블록체인 얘기를 듣고) ‘아, 이런 게 또 오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당시 관심사였던 스마트시티(Smart City) 쪽 사업을 계속해오던 차에 거래소를 맡아달라는 진대제 회장의 연락이 왔다. (블록체인에서) 20년 전 인터넷 붐 때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에 그때 경험을 살려서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Q. ICO 허용을 두고 찬반 논란이 팽배하다. ICO 개방 강도를 두고도 입장이 나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블록체인 대륙(이하 블대륙)’이라는 것을 전제로 두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옛날에는 국경을 넘어 데이터를 전달하려면 우표를 찍어 등기로 보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국경을 초월하는 데 장애물이 없는 세상을 만든 것이다. 더 나아가 가치, 쉽게 말하면 돈이 장애물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세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블록체인 대륙의 세상이 5년 안에 올 것으로 예상한다. 

ICO는 기존의 국가가 갖고 있던 자산이 블대륙으로 편입되는 과정이다. 토큰화된 자산은 국경을 초월해 넘나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부동산을 토큰화했다는 것은 아프리카의 누군가가 한국의 부동산 일부를 토큰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ICO라는 것은 허용과 금지의 문제가 아니라 블대륙으로 가는 길을 여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ICO 허용을) 왜, 얼마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ICO를 금지한다고 해서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블대륙은 점점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이때 다른 곳을 통해서 (블대륙으로) 올라가기도 하고 블대륙에서 번 돈이 내려오기도 할 것인데. 우리가 여기서 소외됐을 경우 굉장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본다.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펼쳤던 것처럼 항구를 닫는 것과 마찬가지다. 

ICO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블대륙으로 향하는 항구를 활짝 열어서 경제적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활성화돼야 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이 '블록체인 대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데일리토큰]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이 '블록체인 대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데일리토큰]

Q. '블대륙'은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 

비트코인은 장애물 없이 국경을 넘나들며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비트코인과 같은) 기축통화를 근거로 해 눈에 보이지는 않는 새로운 대륙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대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 안에 하나의 국가처럼 이뤄지는 논리적인 경제 공동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세계에 수많은 지사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이 자사에서 거래되는 거래액을 전부 삼성코인으로 할 경우 환차나 송금에 따른 시간적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삼성코인이 이렇게 통용된다면 관련 업체들도 삼성코인을 도입할 것이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삼성이라는 논리적 공동체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여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블대륙 안에서는 하나의 국가처럼 운영되는 논리적인 경제 공동체가 생길 수 있다.

Q. 해외 어떤 국가의 가상통화 규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나.

규제를 하는 나라보다는 활성화하고 있는 나라가 더 눈에 띈다. 필리핀의 세자라는 특구는 ICO와 거래소 영업이 가능한 구조가 됐고 독일에서는 증권거래소가 암호화폐를 거래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다른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더 많지만 한국은 좀 더딘 것 같다. 

Q. 신규투자자를 대상으로 다단계 ICO나 스캠 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를 방지를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참 어렵다. 다단계라는 생태계는 아이템을 불문한다. 어떤 아이템이든 다단계가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면 항상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암호화폐는 다단계에서 상당히 좋아할 수밖에 없는 형태다. 문제는 (다단계를 하는) 그분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를 하고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 줄 모르는 사람은 아예 투자할 생각도 하지 마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사실 지갑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수준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꼬임에 넘어가는 게 참 답답하다. 오히려 정부가 관련법을 만들어 거래를 합법화하고 불법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해 질서를 잡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도 안 되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하지 말아야 된다고 해놓고 어디까지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도 없고 어디까지 해도 된다는 것도 없어 지금은 막연한 상태다. 불법이 판쳐도 제재할 법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Q. 지난달 협회에서 자율규제안을 내놨지만 실질적으로 거래소의 보안체계에 대한 개선과 관련해서는 공개된 것이 전무해 뭘 믿고 거래소를 이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일반 기업들이 분기별로 하는 실적 발표처럼 투자 관련 내역(인프라, 보안 등)도 세부적으로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그런 부분들은 더 철저하게 관리가 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 협회에서 심사를 받은 거래소가 12곳인데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거래소는 더 많다. 몇 개인지도 모르는 거래소들이 치외법권에 있는 셈이다. 일차적으로 12개 거래소에 대해서는 일정 수준의 고객 대응과 코인 관리, 보안 시스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줬고. 이에 맞게 갖춰졌는지 확인하고, 심사를 끝냈다. 

그렇다고 해서 해킹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업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아직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규제가) 미흡하다. 협회는 앞으로 그런 부분을 더 강화해 나갈 테지만 더 큰 문제는 극히 일부만이 스스로 이런 통제권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 있는 거래소들은 그런 것(통제권)조차 없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Q.  자율규제안은 강제성이 없다. 규제의 부재 속에서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도 중요하지 않나.

자발적인 참여를 한 12개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구분돼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은 멋대로 (영업을) 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쪽이 통제를 받으면 안 된다. 전체가 하나의 틀 안에서 통제받고 스스로 문제를 없앨 수 있도록 끊임없이 규칙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정부가 최소한 그 정도 환경이라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돼 있으니까 자율규제를 받든 안 받든 전혀 관계가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Q.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소 규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거래소를 육성을 해줬다면 전세계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를 믿고 투자하고, 한국 거래소가 수익을 내고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는) 육성도 아니고 전면 금지도 아닌 애매한 상태다.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오히려 해외 거래소들은 끊임없이 밖으로 확장을 하며 글로벌 거래소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거래소는 해외 투자를 하려고 해도 송금조차 되지 않아 발이 묶인 상태로 고사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향후 이 시장이 제대로 돌아갈 때 국내 거래소들이 과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Q. 블록체인 대륙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제주나 부산, 경북에서 크랩토밸리 조성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 정치적인 수단으로만 언급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제주도는 블대륙으로 올라가는 지상의 항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앞으로 이 항구는 다양하게 생길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사무실이 아니라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블대륙이 확장되면 하늘(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돈을 벌기 때문에 거주 지역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져 환경이 좋고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을 거주지로 삼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구가 2만명밖에 없던 주크(스위스)라는 작은 시골 도시가 지금은 몇만 명 더 늘어났고, 치앙마이(태국) 같은 관광지에 공유 오피스가 늘어나고 밋업 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발리나 지브롤터, 몰타, 에스토니아 같은 곳들 또한 좋은 환경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 블대륙으로 향하는 항구가 되겠다고 자처하는 곳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국도 (블대륙의) 경제권과 연동된 발전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본다. 제주도의 결정에 당연히 찬성하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 다른 여러 도시가 그렇게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대한민국 자체가 블대륙의 중심 항구가 됐으면 좋겠다.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던 도시였는데 전략이 전혀 없는 게 매우 실망스럽다. 정부가 블대륙에서 만들어질 미래의 경제력을 선점하기 위해 조금만 더 전략적으로 접근을 했었다면 충분히 대한민국 전체를 블대륙 항구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Q. 지방정부는 적극적인 반면 중앙정부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지금의 10-30대가 무엇을 먹고살 것이냐를 생각했을 때 앞으로 10년 뒤에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업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 코인으로 거래하지 않는 사업이 가능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코인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블대륙에서의 거래를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이 예상한 블대륙의 경제 규모가 세계 경제의 10%라고 치면 이는 한국 경제의 다섯 배 정도 되는 큰 규모다. 당연히 한국을 넘어 잠재시장인 블대륙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 

정부는 그 미래를 이해하고 빨리 그 길을 터주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렇게 어정쩡하게 한 달이 일 년 같은 시기에 일 년을 허송세월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배임하고 있는 것이다. 

Q. 전하진 위원장에게 블록체인이란?

인간이 추구하는 욕구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를 실현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데이터 이동에 자유를 준 것처럼 (블록체인은) 인간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측정하고, 교환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전하진 위원장은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와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픽셀시스템 창업을 시작으로 10년간 레가시, 지오이월드 등을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난 1998년부터는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를가 됐다. 2012년 제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선출돼 미래인재육성포럼 대표와 지식경제위원회, 핀테크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7년에는 자유한국당에서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장, 국민공감전략위원장을 맡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