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 고수열전]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블록체人 고수열전]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앞서 기초 기술 개발 선행 필수"
  • 노윤주 기자
  • 승인 2018.08.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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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호현 경희대학교 교수가 데일리토큰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토큰]
2일 한호현 경희대학교 교수가 서울 교대역 월튼블록체인연구교육원에서 <데일리토큰>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토큰]

"컴퓨터를 사용하는 한 우리는 해킹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처음부터 블록체인은 해킹에 취약하다는 가정하에 보안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지난 2일 <데일리토큰>이 만난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터뷰 시작부터 블록체인의 '보안성'을 지적했다. 지난해 블록체인이 대중에게 각인된 이후 업계 및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가 '뛰어난 보안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거래 효율성 개선'임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의견이다.

한교수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효과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이 산업이 되고 경제효과를 만들어내려면 그것에 맞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업계를 비롯한 다수의 관심이 지나치게 산업적 측면에 쏠려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가상통화 거래소와 블록체인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역시 해킹이 가능하니 이를 보다 안전한 기술로 만들기 위해선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 만큼이나 기초 기술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제언했다. 블록체인이 지나치게 산업 자본 논리에 휘둘려 '속 빈 강정'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을 경고한 셈이다.

"연초와 비교해 국내 업계가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은 한 교수에게 블록체인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위변조,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블록체인이 해킹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 블록체인은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상 블록체인의 핵심은 위변조 불가다. 인간이 컴퓨터를 쓰는 한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렵다. 컴퓨터라는 가상과 우리가 사는 현실을 연결하기 위해선 고리점이 필요하다.

이 고리점은 접근권한 또는 절차적 수단이라 불린다. 이 접근권한을 탈취하는 행위가 해킹이다. 해킹의 용어 정의를 명확히 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것인지 해킹 불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Q. 시장이 커지며 가상통화 거래소의 보안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소가 어느 정도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 거래소와 블록체인은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거래소는 거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블록체인에 내역이 담기는 과정을 줄인 형태다.

처음부터 가상통화, 블록체인 자체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전제하에 기술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정말 완벽한 기술이라면 보안 문제가 왜 나오겠는가.

블록체인 보안의 핵심인 '키'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 일환으로 콜드월렛을 온라인과 완벽히 분리된 상태에서 이용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또 거래소는 가상통화를 여러 전자 지갑에 분산 저장해야 한다. 콜드월렛 기술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직까지 궁극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부터 개발하다 보면 곧 방법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Q.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보는지?

- 정부에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서도'‘블록체인 기술 발전 전략'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 했다.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현실적인 기술 개발 혹은 산업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쉬운 점은 기술과 응용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인프라구축보다 응용에 치우쳐 있다. 특정 응용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를 창출할 지에 대한 생각이 짧다. '한번 해보자' 수준 이상을 못 넘어간다. 그럼에도 큰 방향에서는 정확히 가고 있다고 본다.

산업 부분은 가상통화 쪽에 집중돼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 등 대안을 내놓지 않아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상통화 분야는 민간에서 잘 하고 있다. '잘 하고 있는 부분까지 굳이 정부가 나서서 지원이나 기술개발 할 필요가 있겠나'라는 생각이다.

 

한 교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해 산업보다는 기초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한다고 제언하며 자신만의 블록체인 신념을 드러냈다. [사진=데일리토큰]

Q. 제주 크립토밸리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블록체인 허브가 되려면 꼭 갖춰야할 인프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먼저 제주도가 산업 발전 인프라를 갖췄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블록체인, 가상통화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산업이다. 기업들이 제주도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 해외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좋지만 오히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장려하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올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금융 유연성이 낮다. 타 금융과의 형평성 없이 가상통화 분야의 규제만 완화한다면 전통 금융 시장에서 외국 기업 진출을 저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주도는 다양한 방식으로 경제 활성화를 시도했지만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그간 발목을 잡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이 먼저다.

Q. 현재 중국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정부가 보고 벤치마킹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 중국은 ICO와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했지만 기술개발과 정책 부분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재 디지털 화폐 발행을 위해 상당한 투자 및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움직임이 없다. 정부의 적극성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탓하기 이전에 학계와 업계에서 기술과 사업모델을 개발해야한다. 그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규제 개선을 건의해야 한다. 정체된 상태에서 외부 요인을 탓하는 부분이 있다.

일부 기업에 해외 법인 설립 이유를 물으면 규제가 아닌 글로벌 시장 진출을 꼽는다. 국내에서만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는 건 아니다.

Q. 아직까지 금융당국은 가상통화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ICO 역시 전면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블록체인과 가상통화를 분리해서 보면 안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분리할 수 있는 영역이다. 최근 중국 행보를 보면 분리된 상태에서 블록체인 발전 끌고가고 있다.

작금의 논란은 전기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전기와 자동차는 따로 볼 수도 또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분리할 수도 또 합칠 수 도 있다. 블록체인 역시 마찬가지다. 가상통화 없이 블록체인만 선보이는 사업 모델도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분리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

Q. 지난해 말, 올해 초 2500 만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800만~900만원 선을 기록하고 있다. 가상통화 가격이 안정권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는지?

- 가격 부분은 사람마다 보는 기준이 다르다. 그러므로 현재 가상통화 시장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그러나 기존 금융권의 변동폭에 비하면 현재 가상통화 가격의 변동폭은 여전히 크다.

Q. 아직까지 연 초 TV 토론회에서 보여준 모습과 의견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토론 진행 후 약 6개월이 흘렀는데, 당시와 비교해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 변화가 있는지?

- 국내 블록체인 산업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다. 물론 관련 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기술 개발과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정체돼 있다.

기술 개발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가상통화를 통해 창출한 수익이 결국 업계 발전에 돌아갈 것이라고 했지만 거래소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기술 개발로 연결하지 않았다. 여전히 연구보단 가상통화 이익에 집중돼 있다.

Q. 블록체인 기술이 안착한다고 가정할 때 가장 활발히 적용될 산업 분야는 어디일까?

-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은 위변조 불가다. 이에 문서 신뢰성 재고를 위해 쓰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지폐를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위조 지폐 제조가 어렵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역시 전자 문서 위변조를 방지하는 산업에서 활발히 쓰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문서, 행정 처리 등에서 블록체인이 도입될 것이고 중앙화 논란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도 P2P로 나왔다가 효율성 문제로 점차 중앙화 되지 않았나. 블록체인 연구는 이제 시작이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지켜봐야한다. 원클릭으로 연말정산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다.

Q. 지난 3월에 직접 개발했다고 발표한 퓨어체인과 퍼프(PUF) 기술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 퍼프는 보안 칩 기술이다. 퓨어체인은 이를 응용해 개발한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은 이중지불 방지를 위해 제3자 개입을 없애겠다고 등장 했다. 그러나 채굴 자체가 제 3자의 개입이다. 제 3자 개입을 완벽차단하기 위해 만든 것이 퓨어체인이다. 이 체인 위에서 다양한 응용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의미에서 ‘퓨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Q. 퓨어체인 외에도 토종 블록체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는지?

- 방향 설정이 중요한 것 가다. 많은 기업들이 가상통화를 발행하고 기반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처리속도, 해킹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트워크 상의 보안이 절실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네트워크 개발에 힘쓰고 있다. 블록체인을 위한 네트워크 설계와 운영 프로토콜 등 성능을 향상하고 보편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KT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IBM 등 거대 기업도 네트워크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블록체인 강국이 되기 위해선 네트워크에 신경 써야하지 않을까.

Q. 한호현 교수에게 블록체인이란?

-'세상을 보는 눈' 이다.  블록체인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새로운 사업 모델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유통 추적부터 환경 오염 문제까지 블록체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들과 그 해결 방법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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