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습기자의 ICO 참여기 – (2) ICO는 환경의 문제다
[기획]수습기자의 ICO 참여기 – (2) ICO는 환경의 문제다
  • 주효림
  • 승인 2018.04.26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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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6 – 투자자에겐 알 권리가 있다. ICO 업계에선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코인 구매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뿌듯함이 생겼다. 그러나 곧 ‘내게 없는 돈이나 마찬가지’ 라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금액이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투자한 기업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오가는 얘기들을 하나하나 체크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기업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채팅방에 참여중인 직원들은 투자자들의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주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채팅방에서의 대화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코인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연장 계획이 없던 3차 프리 세일이 연장 되었고 메인 세일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다른 투자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애초에 3차 프리 세일 역시 계획에는 없었단다. 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해명을 요구했지만 직원들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프리세일 목표액이 달성되지 않은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그 마저도 직원들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채팅방의 불만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현재까지 조성된 투자금 규모에 대한 공개를 요구했고 직원들은 기업 탐방이나 밋업(ICO 업체가 자신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자들과 질의 시간을 갖는 컨퍼런스)에 투자자들을 초대했다.

밋업 에서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나와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와 개발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실제 투자를 하지 않은 사람들로써 채팅방에 있던 투자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프리세일 현황에 대해 질문하자 다양한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금액을 밝힐 수 없다는 약관이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입장이었다.

투자한 기업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업체 측의 논리에 순간 움츠러들었다. 이 기업은 그간 밋업 이나 컨퍼런스에 자주 참여해와 투자자들 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나름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처음 투자자와의 약속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주기 어려워했다. 파트너사와의 약관을 명목으로 투자자들이 가질 수 있는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ICO가 금지인 국내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때문에 국내 ICO 기업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ICO를 진행한다. 투자자는 보호받을 수 있는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순간 법적 보호 장치는 물론 자신의 권리조차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ICO에 투자를 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의심은 지속됐다. 반려견 사진을 올리면 암호화폐가 생기는 달콤한 얘기 따위는 잊혀졌다. 공식 채팅방을 통해 그때그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받았지만 프리 세일 기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거나 로드맵의 일정보다 지연되는 일이 있자 많은 투자자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스스로 호들갑 떨지 말자고 다독여도 많은 투자자들의 걱정이 깊어지자 겁이 났다. 채팅방의 직원들은 파트너사와의 약관을 이야기하며 같은 대답을 반복하거나 혹은 직원으로 보이긴 하지만 ‘스태프’라는 표시를 달지 않은 정체모를 사람들이 튀어나와 이모티콘을 남발하거나 대화 주제를 바꾸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에필로그

투자자는 블록체인 기술과 투명하고 건강한 생태계 조성만을 위해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는 단기 투자로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ICO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자도 물론 관심있는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SNS 활동이 금전적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청사진 외에도 코인의 가치 상승 기대감에 ICO에 참여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관련 프로젝트는 지금껏 그 성공사례를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ICO 전문 컨설팅 그룹 사티스(Satis)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ICO 기업들이 조성한 약5천만 달러 (한화 약 532억 원) 중 81%가 사기 업체였으며 6%는 사업 실패, 5%는 거래소 상장 실패라는 비극을 맛봤다. 시장 진입에 성공한 업체는 약 8%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렇듯 인터넷에 떠도는 코인 신화나 수 십억 대의 이익을 남긴 이야기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투자를 하기 앞서 자신이 선택하는 기업에 대해 상세한 조사가 필요한 건 말할 것도 없겠지만 휩쓸려서 하는 투자는 눈물만 남길 것이다.

ICO 투자에 관해 KPMG의 한 컨설턴트는 “암호화폐는 탈 중앙화에 따른 편익이 존재하나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할 제도적 근거가 없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며 ”ICO는 기업이 일반적으로 자금 조달 등을 위해 추진하는 IPO와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규제나 보호장치가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금융기관, 증권사 등 외부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IPO와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악의를 갖고 추진되는 경우,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 ICO 업체 관계자는 업체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로 벤처 캐피탈 (경쟁력과 장래성은 있으나 경영기반이 약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 확인을 꼽았다. “입지 있는 벤처 캐피탈이 투자한 ICO는 그만큼 경쟁력이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과거 이력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벤처 캐피탈의 투자가 확인된다면 그 프로젝트의 현실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일리 토큰 뉴스]

[사진 출처: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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